낯선 여행지에서 혈당기를 잃어버렸다? 멘붕 없이 내 몸을 지킨 현실 대처법
여행의 설렘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 바로 필수품인 혈당 측정기를 분실했을 때입니다. 당장 무엇을 먹어야 할지, 내 몸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어 막막했던 제가 현지에서 직접 부딪히며 터득한 긴급 대처 매뉴얼을 공개합니다. 약국 찾기부터 '몸의 신호'를 읽는 법까지, 기계 없이도 건강하게 여행을 마치는 노하우를 확인하세요.
여행 첫날 밤, 캐리어에서 사라진 '생명줄'과 마주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한 해외 여행지,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 식사 전 습관처럼 혈당 측정기 파우치를 찾았을 때의 그 서늘한 감각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분명히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가방을 뒤져봐도 채혈기와 스트립, 기계가 들어있는 파우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공항 검색대에서 따로 빼놓았다가 챙기지 못했거나, 이동 중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당뇨 관리를 하는 사람에게 혈당기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내가 지금 안전한지 알려주는 나침반이자 생명줄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당장 저녁에 먹을 현지 음식이 내 혈당을 얼마나 올릴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감, 그리고 남은 3박 4일의 일정 동안 '눈 가리고 운전하는' 기분으로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여행을 망쳤다는 자책감까지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혈당은 더 오를 것이고, 여기서 무너지면 정말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기계 없이 이 난관을 헤쳐나갈 현실적인 전략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맵과 파파고는 의사보다 낫다, 현지 약국 공략법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입니다. 저는 즉시 스마트폰을 켜고 구글 맵에 'Pharmacy'를 검색했습니다. 다행히 호텔 근처에 늦게까지 문을 여는 약국이 있었고, 번역 앱인 파파고를 켜서 "혈당 측정기와 검사지를 사고 싶습니다"라는 문장을 현지어로 번역해 약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쓰던 기계와 호환되는 검사지(스트립)를 구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예 새로운 기계 세트를 사야 하는데, 여행 기간이 짧다면 비싼 기계를 새로 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약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혹시 '일회용 소변 검사지(Urine Test Strips)'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소변 검사지는 혈액만큼 정확하지는 않지만, 소변으로 당이 배출될 정도(보통 혈당 180mg/dL 이상)의 고혈당 상태인지 아닌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입니다. 다행히 저렴한 가격에 소변 검사지를 구할 수 있었고, 이것만으로도 최악의 고혈당 상황은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만약 약국을 찾기 힘든 오지라면, 과감하게 측정을 포기하고 다음 단계인 '행동 요법'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기계 대신 '내 몸'을 믿어라, 오감(五感) 모니터링과 방어 운전
측정기가 없다는 것은 속도계가 고장 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속도를 알 수 없으니 무조건 '서행'하고 '방어 운전'을 해야 합니다. 저는 여행 기간 내내 평소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평소라면 "이 정도는 먹고 재보지 뭐"라고 생각했을 달콤한 디저트나 과일 주스는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수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의심스러운 음식은 무조건 피하는 '무관용 원칙'을 세운 것입니다. 대신 닭고기, 생선, 잎채소 등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는 안전한 식재료 위주로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기계 대신 제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목이 평소보다 자주 마르지 않는지, 소변을 너무 자주 보러 가지 않는지, 식사 후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오지 않는지 등 '고혈당 증상'을 예민하게 체크했습니다. 또한, 식사 후에는 무조건 20분 이상 걸었습니다. 관광지 구경을 핑계 삼아 평소보다 더 많이 걸으며 근육이 포도당을 태우도록 유도했습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걷는 것은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멘탈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화위복, 숫자의 노예에서 벗어나 습관의 주인이 되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예비 혈당기로 공복 혈당을 잰 것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수치는 평소보다 더 좋은 95mg/dL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맛있는 것을 마음껏 먹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오히려 기계가 없었기에 더 철저하게 식단을 조절하고 더 많이 움직인 결과였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저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혈당 측정기는 내 상태를 확인하는 도구일 뿐, 내 혈당을 조절해 주는 주체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기계에 의존해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고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혹시 여행 중 혈당기를 잃어버리셨나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당황하지 않고 약국을 찾거나, 평소보다 조금 더 절제된 식사와 걷기를 실천한다면, 오히려 평소보다 더 건강한 몸으로 여행을 마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몸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당신의 의지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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