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굶었는데 혈당이 200? 숫자에 숨겨진 '마음의 소리'를 적다
철저한 식단 관리에도 불구하고 이유 없이 치솟는 혈당 수치 때문에 좌절감을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범인은 음식이 아니라 당신의 '감정'일 수 있습니다. 억울함과 불안함 속에서 시작한 '감정 일기'가 어떻게 제 혈당 그래프를 안정시켰는지,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과 혈당의 은밀한 관계를 끊어내는 저만의 기록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마음을 다스려야 혈당이 잡힙니다.
식단은 완벽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 들 때
당뇨 관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는 매일 아침 성적표를 받는 수험생의 마음으로 혈당 측정기에 손가락을 찔렀습니다. 어느 날, 저녁으로 닭가슴살 샐러드만 먹고 운동까지 하고 잤는데 다음 날 아침 공복 혈당이 180mg/dL을 넘긴 것을 보고 엄청난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였습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지?"라는 자책감과 함께 억울함이 밀려왔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날은 직장 상사에게 부당한 지적을 받아 하루 종일 분노를 삭였던 날이었습니다. 그때 문득 의사 선생님이 지나가듯 했던 "스트레스도 혈당을 올려요"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기 상황으로 인식해 에너지를 비축하려고 코르티솔 같은 호르몬을 뿜어내고, 이것이 간에 저장된 포도당을 혈액으로 쏟아내게 한다는 생리학적 사실을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습니다. 음식 일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유령 혈당'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저는 그날부터 숫자 옆에 그날의 '기분'을 적는 감정 일기를 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노'는 라면보다 해롭다, 데이터로 증명된 마음의 영향력
감정 일기를 쓰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혈당 수치 옆에 딱 한 줄, 그 순간의 감정과 상황을 적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식후 2시간 210mg/dL - 회의 중 긴장함, 발표 실수할까 봐 불안했음" 또는 "공복 150mg/dL - 어제 남편과 말다툼하고 잠을 설침" 같은 식입니다. 이렇게 한 달 정도 데이터를 쌓아보니 놀라운 패턴이 보였습니다. 저는 떡볶이를 먹었을 때보다,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참았을 때 혈당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불안'과 '억울함'이라는 감정은 인슐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가장 강력한 적이었습니다. 반대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크게 웃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편안하게 쉬었을 때는 약간의 탄수화물을 섭취해도 혈당이 안정적이었습니다. 이 기록들은 저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혈당 관리는 단순히 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통제하는 싸움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평화롭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감정 일기는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시각화하여, 내가 어떤 상황에서 취약한지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감정을 적는 행위, 그 자체가 치유의 인슐린
감정 일기의 가장 큰 효과는 '객관화'를 통한 스트레스 차단입니다. 혈당이 높게 나오면 보통 "망했다"라며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가 다시 혈당을 올리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일기에 "지금 화가 나서 혈당이 올랐구나"라고 적는 순간, 내 몸의 반응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내가 못난 게 아니라, 코르티솔 때문이야"라고 원인을 외부로 돌리니 자책감이 줄어들었고, 이는 곧바로 혈당 안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감정을 글로 배설하고 나면 허기짐으로 위장한 '가짜 식욕'이 사라지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달콤한 믹스커피나 초콜릿을 찾았지만, 이제는 일기장에 욕을 한 바가지 쓰거나 내 감정을 토로하는 것으로 해소합니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몸을 이완시키고, 천연 인슐린 역할을 해주는 셈입니다. 이제 저는 혈당기가 높게 나오면 당황하지 않고 펜을 듭니다. 그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그곳에 진짜 원인과 해결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의 노예에서 벗어나 내 몸의 주인이 되는 길
우리는 종종 혈당 수치라는 결과값에만 집착하느라 그 숫자를 만들어낸 과정, 특히 내 마음의 상태를 놓치곤 합니다. 감정 일기는 저에게 혈당 관리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주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바쁜 일상 속에서 혹사당하던 제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지금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혈당 때문에 식단을 더 조이고 운동 강도를 높이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지는 않나요? 잠시 멈추고, 혈당 수첩 한구석에 오늘의 기분을 적어보세요. "오늘 참 힘들었지?"라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 한마디가, 어떤 명약보다 강력하게 당신의 혈당을 낮춰줄지도 모릅니다. 당뇨 관리는 결국 나를 사랑하는 방식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요. 몸의 소리와 마음의 소리를 함께 들을 때, 비로소 우리는 숫자의 공포에서 벗어나 진정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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